누구에게나 다가오는 은퇴 후의 삶. 인생에서 가장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은퇴 후라고 한다. 그러나 명예퇴직이라는 이름으로 은퇴의 길로 내몰리는 50대 ‘장년층 인구’가 계속 늘어가는 상황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막상 퇴직과 은퇴 후의 삶에 대해 막막하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오다가 준비 없이 내몰리는 현실이 버겁기만 하다. 실제로 직장인들이 퇴직 후에 가장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의 1순위는 ‘여행’이지만 실제 현실에서 가장 많이 하고 있는 일은 ‘TV 시청’이라는 설문조사도 있다.

현재 우리 사회는 ‘인생의 후반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익숙지 않은 은퇴 후의 생활. 하지만 은퇴도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은 의미를 갖지는 않는다. 어떤 이들에게 은퇴는 모든 인생의 의미와 목적을 상실하는 좌절과 슬픔의 순간일 수도 있으나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평생의 목적이 실현된 때이거나 최고의 안정과 자신을 즐기는 행복한 시기일 수도 있다.

남악요리아카데미 학원 주신호 원장

남악요리아카데미 학원의 주신호 원장이 고위공직자에서 요리 전문가로, 바리스타로, 후배들을 위한 인생 조언가로 변신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그가 하는 일은 다양하다. 공직경험을 살려 광양의 한 기업체 부사장 직함을 갖고 있으며 요리학원 원장이자 강사로 일하고 있다. 하루에 평균 100㎞가 넘는 거리를 자동차로 돌아다니며 분주하게 살아가고 있는 주 원장은 목요일 저녁과 주말에는 앞치마와 조리복을 입는 요리학원의 원장으로 변신한다. 매주 목요일 저녁 전남도교육청 간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바리스타 교육을 실시하며 주말에는 다문화가정 학생들에게 한식과 바리스타 교육을 실시하는 봉사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그의 인생 제 2막은 그야말로 새로운 도전인 셈. 주 원장은 “인생은 열망하는 것을 향해 끝없이 도전할 수 있고 세상엔 얼마든지 도전할 만한 일이 있다. 성공하지 못하는 것이 실패가 아니라 도전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실패”라고 말한다.

30여 년간 전남도청에서 근무하며 도정을 살피다 지난 2012년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 투자유치본부장을 끝으로 공직생활을 마무리한 주신호 원장은 ‘은퇴 후 인생’에 대한 지원이 전무한 상황에서 스스로 알아서 새로운 인생을 준비해 왔다. 이직이나 전직이 아닌, 새로운 인생을 펼치고 있는 그는 은퇴를 앞둔 이들에게 뚜렷한 당부를 남긴다. “인생 1막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성공을 위해 달려왔다면 인생 2막은 삶에 대한 본질을 찾는 시간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어떤 삶을 살 것인가’를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두 번째 인생을 준비할 때는 반드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신호 원장은 넓고 푸른 하늘을 지키는 파일럿이 되기 위한 청운의 꿈을 안고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그러나 여러 여건 상 파일럿이 되지 못하고 군인으로써 사명을 다하던 차에 행정공무원의 길을 선택할 기회가 있어서 전라남도청에서 30년 이상을 근무하고 명예롭게 퇴임했다. 행정 수행 과정에서 전남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주경야독하면서 공직자로서 행정의 소양을 쌓았고, 무안·함평군에서 부군수직을, 도청에서는 공보관, 기획관, 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본부장,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 행정·투자유치본부장을 역임하던 중 명심보감에 있는 ‘유복막향진(有福莫享盡)하라. 복진신빈궁(福盡身貧窮)이라. 유세막사진(有勢幕使盡)하라. 세진원상봉(世盡寃相逢)이니라.’ 즉 ‘복이 있다고 모두 다 누리지 말라. 복이 다하면 몸이 빈궁해진다. 세력이 있다고 함부로 부리지 마라. 세력이 다하면 원통한 이와 서로 만나게 된다.’는 교훈에 따라 명퇴를 결정했다.

퇴직 후 2013년 3월 21일 지식·인력개발사업 관련 평생교육시설로 인가를 받은 (사)홍익원 평생교육원으로 출근해 봉사활동을 시작한 주 원장은 결식 노인들에게 도시락 배달 봉사활동을 실시하며 음식 조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도전한 음식조리에서 한식·일식·양식·중식은 물론 복조리와 제과·제빵·조주기능사·바리스타·로스터 등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또 아동요리지도사와 평생교육사, 노인성교육사 등 취득한 자격증만도 무려 13종에 이른다.

주신호 원장은 스스로를 ‘안정보다는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평한다. 매일 평균 15㎞를 뛰는 그는 마라토너로 그동안 151회를 완주했는데 이 중 100㎞를 달리는 울트라 마라톤 11회, 풀코스 51회, 하프 89회를 완주하기도 했다. “은퇴 후에도 삶이 단조롭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행복한 인생 2막을 설계한다면 은퇴 전 살아온 삶과는 전혀 다른 또 다른 즐거운 인생을 전개할 수 있다.”는 주신호 원장. 그에게 인생 2막은 또 다른 삶의 전성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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